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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 상장에 AI 붐의 향방이 걸렸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를 두고 ‘거의 모든 것이 걸려 있다’고 표현했다. 한 기업의 증시 입성에 그치지 않고, AI 산업의 성장 전망과 투자 열기가 타당한지 가리는 시험대가 됐다는 뜻이다.

AI 서비스 매출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떠받치는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금융에는 이미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갔다. 앤트로픽과 오픈AI를 중심으로 반도체 업체, 데이터센터 운영사, 전력 기업, 금융기관이 AI 수요가 계속 커진다고 보고 투자해 왔기 때문에, 앤트로픽의 실적과 상장 후 주가는 이 투자가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시장의 판단을 가르게 된다. 오픈AI 같은 비상장 AI 개발사의 기업가치와 자금 조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장의 첫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최근 AI 관련주는 투자비와 부채 부담이 부각되며 약세였지만, 앤트로픽이 상장 신청서를 공개한 26일에는 엔비디아가 약 3% 오르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장중 3% 넘게 올랐다. 올해 상장한 AI 반도체 기업 세레브라스가 공모가보다 40% 가까이 떨어지고 일부 AI 데이터센터 기업이 상장을 미룬 것과 대조적이다.

성장세는 가파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낸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46억달러로 1년 전의 약 12배였고, 올해 상반기 매출은 163억달러에 이른다. 앤트로픽은 이달 14일 잠재 투자자들에게 3분기 매출이 168억달러로 직전 분기보다 45%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매출 증가율은 2분기 141%에서 3분기 45%로 낮아졌다.

앞으로 낼 컴퓨팅 비용은 여전히 핵심 위험이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8개 업체와 맺은 장기 컴퓨팅 계약이 6000억달러를 넘는다. 매출이 기대만큼 늘지 않거나 고객이 경쟁 모델로 옮겨 가도 비용은 계속 나간다. 아마존이 올해 자본지출을 2200억달러로 예상하는 등 빅테크 한 곳이 연간 2000억달러 넘게 투자하는 상황이라 이 계약의 무게가 짐작된다. MS의 2025회계연도 매출은 2817억달러로 앤트로픽의 지난해 매출보다 약 61배 많다. MS가 기존 사업에서 번 현금으로 AI 투자를 감당하는 것과 달리, 앤트로픽은 성장과 외부 자금 조달에 훨씬 크게 의존한다. 현금과 단기투자자산이 약 1317억달러라 해도 수년간 이어질 계약과 기술 경쟁 비용을 모두 감당한다는 보장은 없고, 앤트로픽도 이를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이는 앤트로픽만의 문제가 아니다. 26일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모건스탠리, 블랙스톤 등은 앤트로픽에 공급될 브로드컴 AI 칩과 네트워크 장비를 사기 위해 630억달러 규모의 금융을 제공하기로 했다. AI 기업의 컴퓨팅 수요가 반도체, 데이터센터, 은행, 자산운용사의 금융 거래와 직접 연결돼 있다는 뜻이며, 수요 전망이 빗나가면 금융시장과 실물 인프라가 함께 흔들릴 수 있다.

기업가치도 변수다. 일부 투자자가 예상하는 앤트로픽의 가치는 최근 2조달러에서 1조5000억달러 수준으로 낮아졌다. 최종 공모가와 가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중요한 것은 높은 평가를 받는 것보다 그 평가를 유지하는 일이다. 상장 후에는 매출뿐 아니라 영업이익, 현금흐름, 장기 계약의 부담까지 분기마다 시장의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이번 상장은 오픈AI를 비롯한 경쟁사에 선례가 된다. 앤트로픽이 높은 가치를 지켜 내면 다른 AI 개발사의 자금 조달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되고, 기대에 못 미치면 AI 기업의 가치평가 기준과 인프라 투자 속도가 함께 내려갈 수 있다. 시장이 확인하려는 것은 AI 기술의 가능성만이 아니라, 막대한 컴퓨팅 비용과 금융 부담을 지고도 장기간 이익을 낼 수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