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AI 순환금융, 닷컴버블과는 달라도 네오클라우드 위험은 주시해야”
한국은행이 AI 산업의 자금 조달 구조에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외부 자금 의존과 순환금융이 커지며 AI발 금융 리스크 우려가 번지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과 촘촘히 얽힌 한국은 충격이 더 증폭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 조사국의 김윤경 과장과 왕재곤 조사역은 27일 ‘AI 산업 자금조달의 주요 특징과 리스크 평가’ 보고서에서, 대형 선도기업의 재무 상태가 양호해 금융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장기금리가 오르는 국면에서 취약성이 서서히 쌓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대규모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초대형 사업자를, 네오클라우드는 GPU를 사들여 AI 개발사에 빌려주는 데 특화된 신생 클라우드 사업자를 가리킨다. 전자는 막대한 영업현금흐름으로 투자를 감당하지만 후자는 빚에 기대는 비중이 크다.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오라클 등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올해 1~9월 회사채 발행액은 약 2300억달러로 지난해 연간의 두 배를 넘었다. 신용도가 낮은 네오클라우드는 GPU 담보 대출과 전환사채에 기대고 있다. 올해 2분기 총부채/EBITDA는 알파벳 0.6, 마이크로소프트 0.7인 데 비해 코어위브는 10.6, 네비우스는 121.5였다. 영업으로 번 돈으로 빚을 다 갚는 데 알파벳은 1년이 안 걸리지만 코어위브는 10년 넘게, 네비우스는 120년 넘게 걸린다는 뜻이다.
재무제표 밖의 금융도 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하이퍼스케일러의 합작법인(JV)형 프로젝트파이낸스 채권 잔액이 올해 1080억달러 이상에서 내년 3000억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장부 밖 거래가 늘수록 최종 위험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워 리스크가 과소평가될 수 있다고 짚었다.
엔비디아와 하이퍼스케일러가 AI 모델 개발사와 네오클라우드에 투자하고, 이들이 다시 GPU와 클라우드를 사들이는 순환금융도 위험 요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AI랩, 하이퍼스케일러, AI칩 제조사 사이 순환금융 비중을 50% 이상으로 추정했고, 하이퍼스케일러 클라우드 수주잔고 중 오픈AI·앤트로픽과의 순환금융은 약 40%로 파악됐다. S&P는 지난 7월 오라클이 오픈AI 매출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을 BBB-로 한 단계 내렸다.
순환금융의 구조는 단순하다. 엔비디아 같은 반도체 업체나 하이퍼스케일러가 AI 개발사에 돈을 투자하고, 그 돈이 다시 GPU와 클라우드 구매대금으로 투자한 쪽에 돌아온다. 매출과 투자가 서로 맞물려 있어 한쪽의 수요 전망이 꺾이면 연쇄적으로 충격이 번질 수 있다.
다만 보고서는 AI 투자가 실제 수요와 장기 자금에 바탕을 둔다는 점에서 닷컴버블이나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다르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AI 호황의 최대 수혜국인 한국은 실물·금융 충격이 전해지는 강도가 과거보다 커질 수 있다며 지속적인 점검을 강조했다.
결국 한은이 짚은 것은 AI 투자 자체의 지속 여부보다 자금이 어떤 경로로 모이고 누가 위험을 지는지다. 재무가 탄탄한 대형 업체와 달리 빚에 기대는 신생 업체, 장부 밖 거래, 서로 얽힌 투자 구조가 장기금리 상승기에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와 설비 투자의 비중이 큰 한국 경제는 이 고리가 흔들릴 때 영향을 받기 쉬운 만큼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